보는 것은 믿는 것이지만 느끼는 것은 진실이 된다.

동료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것도 모자라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 쓴 채 3년 동안이나 감옥에 갇혀야 했던 강기훈 씨.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불린 ‘유서 대필 사건‘이 드디어 강기훈씨의 무죄로 판명되면서 길고 길었던 진실 공방의 끝이 났다.

강기훈씨는 당시 정부의 대표적인 마녀사냥 피해자였다.  당시 거세지는 민주화 시위 속에서 계속해서 분신 사망자가 나오자 시위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정부는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본격적인 여론 몰이에 들어갔다. 그러다 1991년 서강대 옥상에서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한 김기설씨 사건이 터지자 정부의 움직임은 급격히 빨라졌고 결국 동료였던 강기훈씨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게 된다.

그는 뚜렷한 증거나 목격자 없이 국과수의 필정 감정결과로만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듬해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후로 12년이 지난 2013년에야 국과수는 당시의 감정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게 된다.

진실을 가리는데 무려 24년이나 걸렸다.  진실은 회복되었을지언정 그 사이 망가진 그의 인생과 건강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져 줄 수 있다는 것인가..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계속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할 세월호나 성완종 리스트, MB 비리사건 등에 대하는 지금 우리 정부의 모습이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불편한 사실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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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지난해 초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상 2014’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 신뢰도’는 OECD 국가 중 거의 꼴지 수준인 24.8%에 머물렀다. 전체 국가의 평균은 42.6%였으며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슬로베니아(24.6%), 헝가리(23%), 일본(18.2%), 체코(17.8%), 그리스(13.6%) 정도에 불과했다.

더 재밌는 건 우리나라 젊은 층이 갖는 정부에 대한 불신 이였는데 젊은 층의 특성상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전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15~24세의 젊은 층은 24.2%로 국내 전 연령대 평균보다 오히려 0.6% 낮았으며 OECD 청년들의 평균인 47.2%에 한참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러한 현상은 세월호 참사 이후 더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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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들은 지난해 8월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에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고2 학생 1,501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전과 후에 달라진 학생들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인데 세월호 당시의 정부의 대처나 사후 처리 등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이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신뢰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그리고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해서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 요즘 정부의 진실공방이 필요한 사건들에 대한 자세를 보면 손자병법의 이일대로(以逸待勞)라는 계책이 생각난다. 이 계책은 일반적으로 강한상대를 만났을 때 상대가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아친다는 전략인데 정부의 모습이 딱 그렇게 보인다. 다만 강한 상대가 아닌 국민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발달한 요즘 과거처럼 TV나 신문만으로는 국민들을 현혹시킬 수는 없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풀러가 남긴 “보는 것은 믿는 것이지만 느끼는 것은 진실이 된다.” 라는 말을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청년 실업 문제와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경제 하락 등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민감한 시기속에 쌓여 가는 국민들의 분노를 정부가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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