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청소년들,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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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OS (Operating System)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 ‘Her’.

이혼을 위해 아내와 별거 중인 외로운 주인공 테오도르는 항상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그녀 사만다(OS의 이름)에게 빠져들게 되고 정말 사람과 연애 하듯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

최근 국내에는 친구가 없거나 왕따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친(가상의 친구)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 톡처럼 대화 상대를 지정해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 대상은 영화 ‘Her’속의 사만다처럼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지닌 가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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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친’과의 대화 장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왜 우리 청소년들은 친구들과의 대화보다 가상 인물과의 대화를 선택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2014년 중학생 교우 관계 분석 리포트’ 관련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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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생의 절반 이상이 불안정한 교우 관계를 가지고 있고 열 명중 한명은 외톨이라는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관계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한참 새로운 만남을 통해 더욱 재미있어야 할 시기에  왜 아이들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서 찾을 수 있었다.

중학생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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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4년전인 2011년 당시 중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고 있는 그림인데 공부시간이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두 번째 그림은 한 중학생이 하루 일과에 대해 푸념 섞인 어투로 트위터에 남긴 내용인데 그 강도가 어떠한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친구들과 함께 한참 어울려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럴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친구들과 논다는 것은 곧 대화를 하며 생각을 나누고 서로간의 관계를 깊이 할 수 있는 시간인데 그럴 시간이 거의 없으니 관계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미국의 교육 방식을 살펴보면 미국의 수업 시간은 보통 오전 8시 반에 시작해 3시나 3시 반에 종료가 된다. 공부하는 과목도 필수 과목 3~4개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선택해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데 필수 과목 또한 자신의 수준에 맞게 학년 수준을 높이거나 낮춰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교실마다 선생님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대학처럼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받도록 되어 있다. 방과 후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단체(스포츠 관련 단체만 종목별로 20개 넘는 학교도 있다)들을 통해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는데 학생들 스스로 단체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기까지 하다.

미국의 선생님들은 되도록 학생들이 주말에 쉴 수 있도록 과제를 아에 내주지 않기도 하며 방과 후 활동을 적극 권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삶의 균형을 가르치고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이렇게 미국의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환경과 요소들을 통해 친구, 가족들과의 더 의미 있고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 받는 반면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이런 기회가 있기는커녕 아예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이 평소에 느끼는 고민들도 점차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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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나 학습에 대해 고민했던 과거와는 달리  10년후에는 학습에 대한 고민은 거의 사라지고 오히려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이런 고민이 많아진 데에는 아마 다양한 사회적 원인이 있을 테지만 그 중 늘어난 교육 시간과  지속적인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현재 이렇게 쌓여 있는 스트레스를 우리 청소년들은 어떻게 풀고 있을까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여학생의 경우는 영화나 예능프로그램을 보거나 친구와의 수다를 통해 해소하는 반면 남학생의 경우는 게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로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는 생각 되지 않는다  그저 임시 방편일 뿐 오히려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더 좁아지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흔히들 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라고 한다. 하지만  이시대의 청소년들을 봤을 때에는 교육이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모래에서 금을 채취하듯 동일한 교육에서 적응자 , 부적응자를 가리는 듯한 지금의 교육 시스템과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눈, 코, 입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행동을 본인도 모르게 하게 되고 그것은 곧 인간관계나 사회성에 대해 배우기도 전에 도태되어 버리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친”앱을 통해 위로를 받고 나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앱들이 나오기 전에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행보를 이어왔다면  굳이 이런 앱이 필요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교육,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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